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1막

온달. 웬 산속을 헤매다 어떤 집을 발견한다. 문을 열고 나오는 여자. 온달에게 저녁상을 차려 준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둘. 온달은 어머니를 모시고 홀로 살며 산에 덫을 놓아 짐승을 잡고 벌목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여자가 구렁이 그림자로 비친다.) 온달이 낮에 베어낸 고목을 타고 다시 하늘로 돌아갔어야 했던 구렁이라 온달에게 복수를 하려 하지만 종이 세 번 치면 그를 살려주겠다고 하니 종이 세 번 친다. 무사히 그곳을 벗어나 어머니에게로 가는데 머리로 종을 들이받아 죽어 있는 어머니를 본다. 꿈. 동굴에서 깨어나는 온달. 새벽같이 뛰어와서 어머니가 괜찮은지 살핀 온달. 덫을 보러 갈 때는 산에서 자는데 간밤에 산에서 자며 그런 꿈을 꾼 것임. 대사와 공주가 온달네 집에 지나가는 길로 와 있다. 내란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성을 떠나온 것처럼 보인다. 이 집이 바보 온달네 집이라는 걸 안 공주는 이 집을 본 적이 있다며 기시감을 느끼고 반겨한다. 온모(온달 어미)는 온달이 구렁이 꿈을 꾼 날 밤에 온달이 햇덩이처럼 빛나는 관을 썼는데 이내 관에서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본다. 온달의 모습을 보고 온달에게 시집가겠다고 하는 공주. 공주를 본 온달은 꿈에서 본 여자가 공주임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2막

10년이 지났다. 시녀를 부르는 공주. 열다섯 살 시녀. 장군을 기다리는데.... 온달의 영이 등장해서 자신이 고구려 사람에게 배신당해 죽었음을 알린다. 온달의 관이 움직이지 않아 전쟁터로 온 공주. 투구를 벗으라는 명을 따르지 않는 장수들. 전쟁터에서는 투구를 벗지 않는다고 한다. 온달의 부장 머리에 있는 상처와 피. 공주보다 더 높은 분이 자신들의 편이므로 걱정 말라며 반역자 무리를 다독인다. 한 달이 지나 산의 집으로 돌아온 공주. 온달이 죽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온모에게 온달의 죽음을 차마 알리지 못하고 온달이 싸움터에 있는 동안 여기서 어머니를 모시겠다는 공주.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한 떼의 군사 등장. "장교: 방자? (껄껄 웃는다) 세상이 바뀐 줄도 모르시오? 온달 없는 공주가 누구를 어떻게 한다는 말이오"94 공주를 죽이고 시체를 들고 가는 군사들. 가만히 서서 이 광경을 보던 온모, 모두가 퇴장한 뒤 모든 것을 잊어버렸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눈이 오는군…… 오늘은…… 산에서…… 자는 날도 아닌데…… 왜…… 이렇게 늦는구? (계속 내리는 눈발 속에)" 97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첫째 마당

오막살이, 저녁 무렵 등잔불 앞에서 만삭의 몸으로 바느질하는 아내. 곡물을 이고 돌아오는 말더듬이 남편. 배고픈 살림에도 아이 낳고 새로 밭을 일굴 생각에 행복하다.

둘째 마당

애를 낳았다. 우는 아이를 달래는 아내. 개똥어멈이 들른다. 도토리묵을 나눠주러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용마 우는 소리를 들었냐며 묻는다. 장수가 태어나면 용마도 따라서 태어난다는 개똥어멈. 장수는 몸에 비늘이, 겨드랑 밑에 날개가 있다고 한다. 

"아내: 우리, 애기는─ 아직, 돌아눕지도, 못하니, 호호─ 아니지요?

 개어 : 아무렴, 장수가─ 나봐요, 저도, 죽구─ 부모, 죽이구, ─온, 마을까지, 쑥밭을─ 만들 테니

(...) 전에─ 어느, 고을에─ 장수가, 났는데, 땅이, 나빠─ 그렇다구─ 온, 마을에─ 불을, 질러서, 사람채로─ 다, 태워버렸다더군" 121

웬 노파가 나타나 물을 청한다. 관가에 목 잘려 놓인 시체가 자기 도적 아들 머리라도 가져다 파묻어야 한다면서 길을 다시 나선다. 

셋째 마당

개똥어멈과 이야기를 하다 어멈이 나가고 나자 방속에서 또박또박 걸어다니는 아기. "못 참겠다"고 반복한다. 아기를 방에 넣고 진정시키는 아내. 아기가 문고리를 흔들면 노래를 부르고, 그러면 문고리 흔드는 소리가 멈춘다. 큰 자루로 아기를 덮어 죽이는 남편. 넋을 놓은 아내. 예전에 찾아와 물을 청했던 노파가 자기 아들(목)을 데리고 돌아가는 길이다. 새 울고 볕 좋은 곳에 묻어주겠다면서 길을 다시 나선다. 노파를 떠나보내고 목을 매 자살한 ㅎ아내. 죽은 아내를 발견한 남편. 아내 목에서 끌러낸 띠를 대들보에 걸어 자신도 자살을 한다. 용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세 식구. 다시는 오지 마라 훠어이 훠이 하는 사람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달내와 바우, 말더듬이 아비와 함께 사는 달내. 사또가 달내를 남태자 바우와 밤에 도망가라는 아비. 그와중에 밤마다 찾아오는 엄마는 집에 불이 났을 때 달내를 구하려다 조막손이가 된 문둥이다. 결국 어미를 받아들이고 아비와 달내, 바우까지 모두 같은 탈(문둥이를 말하는 듯)을 받아쓰고 산에 들어가 살게 된다.


둥둥 낙랑둥

낙랑을 쳐서 이긴 고구려군, 국내성에 닿기 전날 밤의 야영장. 죽은 낭랑공주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리는 호동왕자는 국내성에 돌아와 왕과 왕비를 보는데 왕비가 낙랑공주의 쌍둥이 언니다. 낙랑공주 행세를 하며 동생의 복수를 하다 마침내 자신도 낙랑공주와 동화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환상성..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심봉사때문에 중국 남경 매파에게 팔려간 심청이, 손님이 들어왔다 나갈 때마다 용(심봉사가 용띠라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의 그림자가 헐떡이다 사라진다. 그러나 김서방은 한 쌍의 갈매기가 나타난다. 김서방이 청의 몸값을 치르고 도화동으로 먼저 가 아버지를 뵈라고 해서 배에 올랐으나 해적에게 털리고, 해적들 무리에게 잡혀가 잡일을 도맡아 하는 성노예가 된다. 해적들이 조선을 치러 갈 때 청을 데려갔다가 청은 그곳에 남게 되는데, 늙어서 허리가 굽고 눈이 멀었어도 여전히 그들을 기다린다고, 반쯤 미친 것처럼 보이는 청이 김서방이 준 거울을 보며 교태를 부리는 장면으로 막이 내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청이가 부르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첫째야 자장자장 둘째야 자장자장

산길을 가는 어미와 두 아이, 호랑이를 만나 꼬마 하나를 보낸다. 둘은 황급히 달아나는데 호랑이 다시 나타나 남은 꼬마도 내놓으라 한다. 엄마는 혼자서 달아난다. 호랑이가 잠을 자는 사이 두 꼬마는 아가리를 벌리고 탈출해서 엄마를 찾아 간다. 꼬마들은 힘내서 집에 갔는데...

"꼬마들 집에 닿는다

마루에 호랑이와 엄마가 앉아 있다

엄마 호랑이를 쳐다보며 웃는다

엄마의 머리가 호랑이가 된다

엄마의 가슴이 호랑이가 된다

엄마 치마 밑으로 긴 꼬리가 나온다

엄마는 호랑이가 됐다

호랑이는 엄마를 만져준다" 417

이 광경을 보고 다시 도망가는 꼬마들. 하늘에서 밧줄이 내려와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되는데 호랑이는 썩은 밧줄 잡고 오다 죽고, 엄마는 썩은 밧줄이 내려야 할지 성한 밧줄이 내려야 할지 정하지 못한다. 정하지 못해서 계속 달리기만 하고 나무에 오르지 못한다.

깊은 오막살이에 가위 눌리는 첫째와 둘째, 그 옆의 엄마. "엄마 예 있다 엄마 예 있다" 420


한스와 그레텔

1943년 이후로 30년 가까이 갇혀 있는 죄수. 죄수 한 명을 수감하고 있는 감옥. 1년에 한 번 면회 오는 아내. 그 수감자를 돌보는 사람의 설명이 끝나면 막이 오른다. 한스 보르헤르트, 쇠창살이 달린 창문. 렌즈를 집어 틀에 끼워 작업한다. 60세쯤. (스피노자가 연상된다???)

비슷한 나이대의 X. 은퇴한, 악단의 경영자 같은 느낌. 오늘은 한스의 생일이다. 석방을 요구하는 한스. 조건을 붙이는 X. 독일이 숨기고 있는 어떤 사실을 보르헤르트는 알고 있고, 그것을 세계에 알리려 하지만 X로 대표되는 독일 측은 그것을 숨기려고 한다. 부인은 20년 전에 보르헤르트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꾸준히 그의 석방을 요청하고 있다. 여러 개의 나를 가져라, '다른 나'가 되어라, 괴물이 되어라고 말하는 X. 생각해보라고 하며 나간다.

1943년 베를린, 보르헤르트의 거실. 휴가를 가려는데 총통부에서 급히 찾아와 총동이 비서인 보르헤르트를 찾는다고 한다. 총통은 바로 히틀러. 연합국에게 휴전협정을 제안하러 보르헤르트를 보내려는 히틀러. 그들이 거부하면 유대인들을 순차적으로 집단 학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히틀러: 그들도 그들의 식민지를 피로 얻었따. 지금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어디 있는가? 독일도 그들과 마찬가지 권리를 가진다." 443

"나는, 목장 위의 저 구름과 달빛 아래 굴뚝들과 숲 속의 딸기들이 독일의 것임을 정당하게 믿고, 그것을 위해서 싸우고, 유대인들과 그들의 주인들과 다름없는 방법의 한계 안에서만 싸울 용의가 있었던 나치당원들을 대표한다. 내 손이 깨끗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자기 종들의 운명에 비정했던 유대인들의 주인들의 숨은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 역사에 의하여 내가 선택되었다. 이 의무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스토크만 씨, 만일 내가 이 의무를 포기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아무 말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시간이여, 너는 나를 이기지 못한다. 시간이여, 나는 너의 마취 속에서도 살아남겠다. ─그러나 그레텔은?" 450-1 

보르헤르트가 알고 있는 사실은 히틀러와 나치당원, 유대인에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유달리 큰 창문을 의식하는 보르헤트르. 창살이 과장되기 굵다고도 한다. (창 타입의 사람을 그려내는 최인훈 자신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자)

그레텔의 아버지가 스토크만 씨다. 대화로 미루어보아.... 보르헤르트의 아버지는 독일 공산당이었는데 임무차 러시아에 갔다가 처형된 것으로 여겨지고 어머니도 행방불명이 되었다. 보르헤르트는 나치당에 가입하여 아버지를 비롯한 공산당 무리와 다른 길을 가려 한다. 왜냐면 아버지는 당에 헌신했으나 그렇게 죽음을 당했기 떄문이다. 스토크만 씨 역시 공산당으로 보인다. 

"스토크만 씨, 우리에게도 잘못을 저지르는 권리가 주어져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역사란 그런 것이 아니지요,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니지요ㅡ, 인제 내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내 자신에게 휴식을 줘야지. 휴식을. 이 손을 (손을 눈앞에 가져온다) 이 손을, 깨끗하게 지키자고 한 것이 잘못입니다. 아니지요, 완전하게 깨끗하게 지키자고 하면 그것이 잘못입니다. 두 사람의 한스 보르헤르트─그녀를 사랑하는 한 남자인 한스 보르헤르트, (렌즈를 오른손으로 들었다가) 그리고 그녀를 진리 쪽으로 잡아당기는 한스 보르헤르트, (다른 손으로 잡아당기는 시늉) 이제 나는 손을 놓습니다. (왼손을 뗀다) 나는 그레텔을 사랑하는 남자 한스 보르헤르트에게 양보합니다. 스토크만 씨, 당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레텔, 당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466

너무 죄책감 가지지 않아도 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어. 그런 뜻으로 읽힌다.

막상 협상에 응하고 감옥을 나가게 되자 고뇌에 빠지는 보르헤르트....

"나는 심부름할 수 없는 심부름을 했다. 인간의 입술에 옮길 수 있는 말과 옮길 수 없는 말이 있다. 히틀러의 말이라는 이름으로 6백만의 인간을 처단하겠다는 말을 옮겼을 때─나는 그 누구에게도 떠맡길 수 없는 내 자신의 죄를 저질렀다, 30년의 감금의 뜻을 이제야 알겠다, 마땅히 내가 받아야 할 벌이었다─편안하군…… 이제 비로소……(...) 그때, 한 방의 총소리였거나, 혹은 명석한 정치적 판단을 나타내는 행동을 하지 못한 이, 또 한 사람의 한스 보르헤르트는, 그레텔에게로 돌아가렵니다…… 그래야 한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무어랄까 내 마음이 평화롭군요…… 자 긴 말을 할 시간이 없군요……" 475

그렇게 석방되고, 그레텔과 같이 길을 나서는 보르헤르트. 퇴장 직전, 의자를 돌아보다 다른이들이 자신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를 좇자 다시 고개를 돌려 계속 퇴장한다.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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