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


"벌거숭이 된 내 마음, 진실이란 병에 걸려 벌거숭이 된 내 마음, 하고 구보씨는 중얼거렸다." 8


구보의 고향은 완산. (원산이랑 비슷하네..) 

이홍철 씨와 같이 여성지 응모 소설 원고에서 '검은 에덴'이라는 근친상간을 다룬 소설을 선정. 심사를 끝내고 나와 길을 가는 구보. 덕수궁 뒷문을 지나다 "그때 구보는 어떤 여자와 이 길을 가다가 꼭 지금처럼 그 석조전을 들여다봤던 것이다. 그의 기억의 앙금으로 가라앉아 있는 서울의 한 건물이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어떤 감회를 안겼다. 이렇게 한 도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가라앉아 있고, 기억의 눈길에 얽혀 있으려니 생각하였다. 마치 밤하늘에서 비행기를 잡는 탐조등처럼, 사람들은 그렇게 그들의 기억의 하늘에서 집을, 거리를, 나무를, 우체통을, 어느 다방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바라보던 머릿속의 풍물은 전류가 끊긴 전기알처럼 물질의 백치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23-4

(장소성)

둘은 9(나인)다방에 들러 남정우南丁愚를 만남.

"현상 소설의 원고지 사이에서 풍겨나오는 그 비릿한 냄새는 분명히 닭똥 냄새였다. 자 이번에는 병아리 감별사가 됐군." 25.

-정체성을 어떻게 가지는지에 대해서, 관련이 있나?

구보는 다방을 나와 일행화 헤어지고 혼자 가다가 광화문 지하도에서 극작가 배걸裵傑 씨를 만남. 중국집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함. 

대화의 방법에 대해서. 공간을 간다? 갈아야지. 공간. 인간적 공간. ㅡ을 가는 거지. 간다? 응 밀어가며, 미는 거야, 밀어내는 거야. .... 베케트를 언급했는데 묘하게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26-7


구보 씨와 배걸 씨의 대화 내용. 추상과 구상이 공존한다. 31-33


김광섭 씨의 시집 출판 기념회 자리에 가서 이철봉 씨와 함께 앉는 구보. 


"이철봉 씨는 보다 간단한 그러나 정에 넘친 연설을 하고 나서, 구보씨와 철봉 씨는 다시 별실로 왔다. 그때 구보씨는 자기가 각설이 타령을 하고 나오는 거지처럼 느껴졌다. 그럴싸한 일이었다. 음식을 한 상 받고 앉은 대감들 앞에서 각설이 타령을 한마디 하고 별실에 물러나와 한 상 얻어먹는 거지 같다고 생각하고 구보씨는 슬퍼졌다.

 이번에는 거지가 됐군, 하고 구보씨는 생각했다." 39


"한 시인을 축하하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에익, 또. 구보씨는 사랑에 굶주린 거지 같은 자기 몰골을 생각하고 화가 났다. 벌거숭이 된 내 마음. 오 거지 같은 내 마음. 그는 하늘을 쳐다봤다. 까맣게 갠 하늘에서 벌거숭이의 그 숱한 것들은 그래도 고왔다. 사람도, 헐벗으면서도 저럴 수 있다고 잘못 알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모한 짓을 하다가 삶의 이 엄동설한에 얼어 죽었을까, 하고 구보씨는 생각하였다." 40-1


2장

"한쪽 다리로 서 있는 학인지 두루민지가 보인다. 밀면 넘어질 것 같다. 붙들린 이 몸 하늘이 그리워라, 에이얏호. 유행가 같은 저 포즈. 청승맞으니 신세가 그렇지. 청승맞다? 하기는 저 친구가 있을 데 있으면 또 달리 보일 테니까. 있을 데. 각기 있을 데 있을 것. 있을 데 있게 할 것. 일본 애새끼들 칙언가 나발인가 옛날 그런 게 있었지. 되지못한 친구들. 그 새끼들 때문에 스타일 구겼겠다? 누가? 내 부족이. 그래서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 어려운 문제군. 한국 땅에 몸담고 있는 바에는 한국사는 내 개인사이기도 할 수밖에 없지. 역사의식이랄 것 없이 역사적 상상력이라면 되겠군. 그것을 피해 가려던 사람들은 다 거짓말쟁이가 됐으니까, 이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지." 45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전봉준이나, 숯 굽는 화전민이나 백치 등으로 묘사하는 구보씨. 

"원래부터 저렇게 온순할 리는 없는데 우리 안에서 저렇게 태연한 것이 이상하다. 탈출은 가망이 없다는 것을 그는 어떻게 아는 것일까. 처음에는 쇠창살을 흔들고 부딪치곤 핟가 저렇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훈련 과정이 있어서 그렇게 길들이는 과정이 있는 것이 아닐까. 다만 그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이윽고 몸을 일으켜 빙빙 돌아간다. 울타리를 끼고. 그러나 창살을 어떻게 하고 싶은 눈치는 없다. 창살은 움직일 수 없는 것으로 거기 그렇게 있다는 대전제 아래 움직이고 있다. 헛일. 한없는 헛걸음. 아무 곳에도 이르지 않는 한없는 제자리걸음이다. 아무 곳에도 이르지 않는 걸음. 그것은 이미 걸음이 아니라 춤이다. 삶이 아니라 굿이다. 영원한 삶의 떠올림[환기]. 삶의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떠올리는 삶의 기억.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몸짓. 몸짓. 아무도 위협하지 않는 몸짓. 자기를 달래는 주문. 다라니. 예술이 된 동작. 예술의 다라니성. 예술의 떠올림성. 무엇을? 삶을? 삶의 기억을. 왜? 삶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삶의, 그 삶의 리듬을, Vector를 유지하기 위해서. (...)" 48


"그러자 구보씨는 지난 전쟁에 피난 다닐 때 생각이 났다. 아하 그렇지. 아직도 피난 살림이라고 생각하면야 무슨 범절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런 날에 여기 와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팔자 편한 소리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편해지면 이렇단 말이야." 51


"동물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어떤 눈에 안 보이는 탑을 돌면서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의식하고 있는 그런 뒤밟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 사랑과 의심과 복수가 서로 손을 잡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 서로가 서로의 발뒤꿈치를 밟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모두에 대해 미안한 그런 탑돌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54-5


아직도 피난민들이다. 서로를 믿을 수 없는?


3장

"구보씨 좋아하는 대로 된다면 정의라는 것은 에어컨디셔너 같은 것이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덜 더함이 있으면 스스로 조절하는 그런 종류의 기계들같이 말이다. 에어컨디셔너에 고장이 있을 때마다 외마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피가 흘러야 한다는 것은, 호랑이가 담배 피우는 것보다 더 희한한 일이다. 그런데도 사실은 그런 것이었다. 신문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구 위 어디서나 호랑이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외마디 소리가 도시와 시골 강과 바다에서 들려오고 있다. 구보씨는 한숨을 쉬었다. 그 지구 위에서 가장 초라한 골목엥서 한 장의 신문을 들고 있는 자신이 더할 수 없이 초라해 보였다." 59


주인 내외와 고녀 이학년생인 외동딸 옥순이가 전부인 평온한 하숙집.  동기 김학구를 만나러 한심대학에 간 구보씨. 독재와 숙청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고 다시 나선다. 양서출판사. 편집장을 김민완을 보러 다방으로 간다. 평론 원고를 넘기고, 수다를 떨고, '돼지고기 잡탕 냄비'를 먹는다. 

""큰일입니다."

"큰일이에요."

  구보씨는 잡탕 속에서 송이를 집어올리면서 문득, '큰일'이라는 자기 말이 종이비행기처럼 눈앞을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조금도 큰일 같아 보이지 않았다. 구보씨는 소리 없이 송이 한 점을 삼켰다." 80

다른 출판사에서 일을 보고 5시쯤 약속한 것도 아닌데 심등사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구보의 친구인 비구승 법신 스님이 주지를 맡는 절이다. 차를 마시고 저녁을 먹고 내려가는 구보씨. 절이란 곳은 온갖 사람들이 피난 왔다 가는 곳인 것만 같다. 구보씨도 "아침에 자객질을 하고 피신해 온 사람의" 기분으로 차를 마신다.


4장

1971년 초여름, 친구이자 시인인 김중배를 만나러 석굴암(광화문 시민회관 근처에 있는 찻집 이름이다)에 간 구보씨. 완당을 먹으러 가다. 영화도 본다. 

"극장 언저리는 늘 이국적이다. 서양 영화 간판. 커다란 배우의 사진. 그 밑에서 황색인들이 표를 사느라 바글바글 끓는다. 조계라는 느낌이다. 옛날 상하이나 홍콩 같은 데 변두리 극장의 모습 같다. 상하이나 홍콩에 가본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틀림없을 것 같다. 한국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미국 어느 도시의 극장 앞에 늘어선 미국 시민들과 걸려 있는 간판 속의 한국인 배우의 대조에서 이런 느낌이 이루어질까? 글쎄. 아니지. 주책없음. 의 느낌." 92

 

기계적인 글쓰기가 감정에 호소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망설임을 표현 못하는 탓이 아닐까."

단테의 신곡을 읽는 중인데, "단테라는 피난민이 나그네살이 하는 이야기로 읽고 있는 것이었다. 남의 집 문턱이 높고, 남의 집 밥에 목이 멘다는 이 이탈리아 피난민의 탄식에 구보씨도 목이 메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106


구보씨가 단테가 되고 단테가 구보씨가 되고. 둘 다 피난민이니까, 괜찮잖아.


5장

오전 느긋이 집을 나서 '문악'사에 들르는 구보씨. 단편소설 하나를 넘기고 고료를 받는다. 김문식씨는 문학의 학 자 때문에 예술다운 느낌이 약해진다고 문악이라는 이름을 지어낸 것. 미래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사를 나와 극작가 배걸 씨와 만나 극단 '인생극장'에 써줄 각본 문제를 논의함. 


"이로써 공산주의라는 제도도 국경을 넘어서 한 덩어리가 될 힘은 없고 현재의 민족 국가, 국민 국가의 형태를 갖춘 다음 그런 단위들이 다시 어울려서 한 세력이 될 수밖에는 없다는, 따라서 공산 국가의 행동은 공산주의만이 규제를 받는 것이 아니라 민족 국가로서의 역사전 기성 조건의 규제도 받는다는 씰을 뚜렷이 한 것이다." 135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다. 쥐뿔도 모르면서 민족의 주체성이니, 전통의 계승이니 하는 노래가락을 외기보다 철저한 상품시장의 원리를 실천하는 게 더 애국이다." 138

신문 기사를 보는 구보씨. 한국에 대한 극동의 홍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일종의 희망조로 써놓은 기사. 미국의 총애를 받는다는 듯이...


6장

청계천에서 전기기구 가게를 운영하는 구보의 고향(이북 W시) 친구 김순남을 방문. 

"좋건 궂건 지내오던 세상이 바뀌면 불안한 법인지 세상이 조금도 태평스러워지지 않은 증거를 이렇게 눈앞에 보자 구보씨는 마음이 놓였다." 158

 무장공비들의 폭사 사건. 평화출판사에 자기 소설의 인세를 받으러 가는 구보. 


"평화출판사를 나온 구보씨는 다시 청계천 쪽으로 걸어갔다. 길 가는 사람들 거동이 어딘지 피난 시절의 부산같이 보였다. 길 가는 사람들 거동이 어딘지 피난 시절의 부산같이 보였다. 대단치도 못한 ㅏㄹㅁ을 살기가 이렇게도 고달파야 하는 가 하는 침울한 노여움의 그림자가 어려 있었다." 165

-사실 무장공비가 아니라 실미도의 격리 수용 중인 공군 특수범들이었다고 함.

구보씨는 부모님과 형님 한 분이 이북고향에 있다. 

"'사'의 느낌은 아무리 절실하더라도 서사시가 되지는 못한다.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은 서정의 세계다. 눈먼 개인의 심장의 뛰는 소리다. 세상의 지평선이 보이는 '공'의 세계 속에 있는 개인을 그리자면, 그 사회에 '공'이, 공기가 있어야 한다. 그 '공'은 워싱턴에 모스크바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배운 세월이 구보씨의 피난 살림이었다." 168


"사람은 나면서 문명인일 수는 없다. 어떤 민족도 운수가 찌부러져서 정신이 혼미하다 보면, 실상 그들 조상들이 이미 오래전에 몸으로 깨달았던 어른스러운 지혜도 까맣게 잊고 만다. 그 민족의 원수들이 그들에게 역사를 숨기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원시인처럼, 문명의 속임수를 '다시'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전통의 계승'이니, '국학의 부흥'이니 하는 이름으로. 그들 조상들이 평소 생활에서 실천하던 삶의 요령은 난리가 나도 계룡산은 없다는 것. 설령 계룡산이 있다손 치더라도 공짜 계룡산은 없으리라는 것. 계룡산 피신 값으로, 사람들은 피난 보따리의 금붙이를 바쳐야 하고, 딸자식을 교주의 첩으로 바쳐야 하고, 교주의 논밭에서 김을 매야 한다는 것, 교리에 의심을 품기라도 하는 날이면 곤장매에 볼깃살이 걸레처럼 헤어지기 각오해야 할 것---이런 것들을 구보씨는 피난 살림에서 배웠던 것이다. 그러니 고향을 두고 온 부모 형제를 누가 만나게 해준다고 해서 덮어놓고 좋아한 것은 염치없는 일이었다.." 169-70


7장

1971년 9월, 

"마지막으로 구보씨는 피난민이었다." 180

샤갈 특별전을 구경 온 구보씨. 경복궁의 탑과 샤갈을 비교하는 구보씨. "그러나 굳이 따진다면 이 탑은 '버림'의 홀가분함이요, 샤갈은 '꿈'의 풍성함이다. 욕심을 모두 버린 다음에 얻은 기쁨과 평화가 이 탑의 마음이고, 꿈속에서 마음껏 호사해본 후에 얻은 기쁨과 평화가 샤갈의 마음이다. 이 두 길은 거보기보다는 그리 먼 것도 아니요, 다르지도 않다. ㅙ냐하면 이토록 온전한 '버림'이나 '꿈'이 모두 현실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예술 속에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서로는 서로를 거느리고 있지만 얼굴은 서로 다른 쪽을 보고 있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라던가 하는 귀신을 구보씨는 떠올린다. 사람은 양인이고 동인이고 모두 야누스의 핏줄이다." 199 -야누스의 핏줄이라고 말하는 게 이미 이상한데...

"인간이 다시 야누스가 되는 때, 자기 자신인 그 신화인이 될 때 인간의 마음은 참다운 기쁨과 평화를 찾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활의 태양이 빨리 문명의 궤도를 찾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남북이 통일되는 것이다. 구보씨는 이 마지막 결론이 어떻게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199-200


8장

통행금지에 대해 생각하는 구보씨. "통행금지가 가까워지면 모든 사람들이 조급해진다. 어디론간 떠나려는 사람들. 빨리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서로 교통의 순서를 다툰다. 택시는 금방 난폭해진다. 모든 서비스가 거칠어진다. 피난민들이 마지막 열차에 매달리는 풍경이다. '막차.' 그렇다. 이리하여 6·25의 얼굴은 밤마다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전쟁의 기억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는 웃음이 나온다. 하도 전쟁 속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전쟁을 평범한 것으로 알게끔 취해버린 것뿐이 아닌가." 204

이발을 하고 평론가 김견해를 만나러 나간다. "'에익 神哥놈' 하고, 구보씨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 구보씨는 진리란 것이 어디에 있는 줄로 알고 찾아다니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인생의 반허리까지 살고 보니 진리란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며 더 바르게 말하면 '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끔 되었다. (..) 전하는 말에 '神'이라는 자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었다 하니 그렇다면 때려죽일 놈은 그 '神哥놈'일 수밖에 없다." 216-7

문학 전집 편집 일을 제안하는 김견해. 이광수의 <흙> 이야기.

"바위에 못을 박으면서 한 발씩 디디면서 올라가던 벼랑에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구보씨는 곤두박질하는 마음을 보았다. 흙더미와 바위, 나무가 앞뒤로 바람을 안고 떨어진다. 온갖 것들이, 벼랑의 층을 이루고 있던 온갖 것들이, 그 지층에 파묻혔던 화석들이 부서지고 허물어지면서 무너져내린다. (...) 구보씨는 가끔 돌부리라든지 나뭇가지 같은 것을 붙잡으려고 애썼다. '만드는 것'이라든지 '있게 하는 것'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225-6



9장

"옛날 사람들은 남에게 대단한 관심도 없고 인정도 없다. 관심이란 이해관계가 생겼을 때를 말한다. 구보씨는 이해관계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니고 그의 버릇인 관찰의 결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구보씨는 이것을 뿌리 없는 자의 버릇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뿌리 없는 삶을 덮어놓고 비관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조만간 아직까지는 조금 달려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흙덩이가 깡그리 말라버리게 된다. 개화기 이래 진행되고 있는 사회 변혁은 그만한 데까지 와 있다. 서울이라는 이 도시에서는 모든 사람이 피난민인 것이다. 구보씨는 그런 뜻으로 '피난민'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237


 

10장

"1971년 12월 중순에 월남 피난민이자 홀아비 소설노동자인 구보씨는 그가 하숙하고 있는 옥순이네 집 아래채에서 콧물감기를 한창 앓고 있었다."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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