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9 (일) 13:10 @CGV 용산아이파크몰 w Archaeopteryx


  처음부터 딱히 이 영화를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티 멤버십 포인트를 쓰고 싶어서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고, 볼만한 마땅한 개봉작이 없었을 뿐. 시놉시스를 살펴보고 나니 딱 '불치병에 걸린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흔한 일본식 멜로드라마'였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왠지 보는 내내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등등의 영화가 오버랩됐다. 원작은 스미노 요루(2015).


  작위적이고 감정 과잉인 여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그저 연기력의 문제로 받아넘겼지만 사실 여주인공인 사쿠라 자체가 작위적이고 감정 과잉일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위해 명랑하고 밝게 지내려는 작은 소녀. 덤덤하게 써내려간 공병일기에 적혀 있는 '울었다.'나 '조금 울었다.'의 표현에는, 사쿠라가 꾹꾹 삼키고 눌러 담은 고독함과 외로움이 있다. 


  불치병이라는 소재만큼 강력한 치트키가 있을까.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달로도 막을 수 없는 자연의 섭리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은 인물들 간의 관계를 더욱 애틋하게,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뻔하고 진부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변함없이 눈물을 쥐어짜고 있는 나.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보러 가는 이유는 아름다운 스토리 때문도 아니고 곱씹어야 할 흥미로운 담론을 건지기 위해서도 아닌 것 같다. 그냥 감정에 나를 맡기고 눈물을 쏟아내기 위해서다. 영화를 보면서 조용히 울려고 애쓰다가 영화관 밖으로 나오면 온몸이 나른해진다. 이 나른함이 좋다. 


  스토리는 뭐,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사인만 빼면... 구성에 대해서 몇 자 적자면, 말미에 보물찾기를 통해 유서를 전달하는 장면은 없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전부터 사쿠라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던 영화의 호흡을 처지게 만드는 느낌이다. OST가 과도하게 들어갔다고 느낀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정확히 어디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배우에 대해서는, 다른 건 모르겠고 하마베 미나미(사쿠라役)의 가만히 미소짓는 얼굴은 청순함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덧니... 뭐, 나름의 매력이다. 2000년생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