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ion e'rotique des e'toffes chez la femme by Gae"tan Gatain de Cle`rambault



클레람보(1872~1934. 우울증 감염으로 자살)

클레람보에 대해서 라캉은 <에크리>에서 자신의 유일한 스승이라 평가하며, 그 스승 덕분에 프로이트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1932년 박사 논문때만 해도 클레람보를 특별히 거론하지는 않았다. 어째서 30년이나 지난 후에 클레람보가 자신의 유일한 스승으로 변해 있었던 것일까? 정신의학에서 정신분석학으로의 영역 이동 때문인가?

 


페티시즘fetishism / 도착증perversion

페티시즘 : 요술, 기교라는 뜻을 지닌 포르투갈어 페티코(feitio)’에서 유래했다. 1887년 프랑스 심리학자 비네가 사용했고, 성생리학의 창시자들 또한 사용했다. 그 당시부터 이 말은 성 파트너의 신체 일부분 또는 신체와 관련된 대상들이 성 자극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905년부터 프로이트는 신체의 일부분 또는 어떤 대상과 한 인물이 대체된 성도착을 정의하면서 이 용어를 현실화시켰다. (...) 이어서 페티쉬 개념은, 좋은 대상 또는 나쁜 대상 개념을 전개한 클라인, 중간 전이적 대상을 펼친 위니코트, 욕망의 절대 조건이자 향유(jouissance)의 장소로서 대상a 개념을 창안한 라캉 등에 의해 여러 모습으로 소개되었다.(11-2) 프로이트는 <나르시시즘 입문(1914)>에서 여성의 의복에 대한 페티시즘을 나르시시즘의 범주에 넣었다. 1923 여성의 페니스 부재 인식을 부정하는 부인(deni)’ 개념. <환영의 미래(1927)>에서는 끊임없이 자아를 분열시키는 결핍과 페니스의 대체물로서 페티시를 생성시키는 결핍에 대하여 다루었다.

 

도착증 : ‘도착되다(perverte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정신의학과 성생리학의 창시자들이 사회적 혹은 성적 규범에 견주어볼 때 일탈로 고려된 성행위를 조롱의 방식으로 또는 평가 절하하는 방식으로 정의하기 위하여 사용하였다. 도착증의 예로는 근친상간, 동성애, 동물기애증, 아동기애증, 남색가, 페티시즘, 사도-마조히즘 도착, 성변환 도착, 나르시시즘 도착, 자기성애, 노출증, 관음증 등등이 해당된다. 1896년 프로이트가 도착증 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 신경증, 정신병과 더불어 정신분석의 삼각 구조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신경증 개념이 정신분석의 영역에, 정신병 개념이 정신의학 역사에 기원을 두었다면 도착증의 개념은 법률상의 규범을 만들어내는 그 사회의 규범 관계에 따라서만 이해될 수 있다. 프로이트는 페티시즘적 도착증을 갖고 있는 주체에게는 여성 페니스의 부재를 부인하는 것과 인정하는 것이 공존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도착증에도 자아의 분열이 있다. 정신병이 망상적 현실을 구성하고, 신경증이 억압에 따른 내부 갈등을 드러낸다면, 도착증은 유아 성욕에 고착되어 거세를 부인또는 불인정하는 것이다. 그는 도착증을 타락하고 쇠퇴한 것으로 분류하지 않고 성 차이에 직면한 인간 주체의 모습이라고 규정하였다. 덕분에 오늘날 도착증은 성행위의 한 형태로 자리잡는다.

클라인의 경우도 역시 도착증은 탈선이 아니다. 그녀는 도착증을 자기 자신과 대상을 파괴하는 잔인한 충동에 연결된 분열적인 특징과 같은 문제로 보았다. 클라인 학파에서는 도착증을 정신병 범주에 포함시켜 치료 가능한 것으로 진단한다.

라캉은 도착증자들만이 도착증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고 주장한다. 도착증은 무의식의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 ‘직물은 라캉에게 있어 대상a이다.

 

클레람보가 모은 직물과 여성의 사례들은 남자만이 페티시즘을 가진다 여겼던 당시 학문적 풍토를 수정하였으며, 페티시즘에 있어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측면을 지니고 있음도 밝혔다. 이를 통해 훗날 라캉이 성구분 도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여성이 직물에 대하여 에로틱한 열정을 보일 때(1908)>

클레람보는 세 명의 여성을 관찰한다. 이 세 여성(40V.B. 1906. 프레스네 수감 / 46세 히스테리적 백치 환자 F. 1902년 관찰. 특별병동 수감 / 45B 또는 과부 D. 1902년 특별병동 수감)은 공통적으로 직물, 특히 비단을 통해 성적 만족을 얻었으며 어떤 이는 비단을 성기에 비비는 방식으로, 어떤 이는 비단을 구기며 그것이 구겨지는 소리를 들으며 만족을 취했다. 사랑하는 애인이나 남편이 있는 경우에도 상대와의 관계에서 얻는 성적 만족은 직물을 통한 만족이나 수음에서 오는 만족에 미치지 못했다. 상습적인 도벽으로 수감도 여러 번 되기도 하였다. 한 여성은 가족들이 그녀의 도착을 치료하기 위해 비단을 제공하였지만 도둑질한 비단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직물에 대한 접촉은 정신적 이미지를 활성화시킨다. ‘직물에 대한 사랑이라는 표현은 연쇄감각적 과정(피부에 들어온 촉감이 생식기와 연결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표현이다. 직물과의 관능적인 접촉에 대한 기억은 그 히스테리 환자가 성관계를 하거나 시도할 때 말초신경을 민감하게 자극할 수 있는 자기 암시의 요소가 되는 것 같다. 접촉은 관념 작용을 불러일으켜 에로틱한 흥분을 보조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이런 흥분이 오르가슴까지 연결되지 않는데, 관찰한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는 오르가슴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 것일까? 이는 흥분을 일으키는 조건들이 우리에게 포착되지 않는 말초신경의 특성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88) 그것은 유기적으로, 감각중추 기관에 작용하며 지성적인 것과는 관련이 없다. 이 세 여성에게서는 남성에게서 두드러지는, 강력하게 움켜잡기와 소유하기 등의 쾌락을 표현하는 주무르기(malaxation)는 나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감정은 개체성을 갖춘 대상에 영향을 미쳐야 나타나며, 직물과 같이 개체성을 지니지 않은 대상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앞의 세 여성에게 직물은 남성의 육체를 대리한 것이 아니다. 직물은 남성 육체와 관련된 어떠한 특질도 지니지 않으며, 남성을 상기시키지도 않는다. 이는 물신숭배와는 완전히 다르다. 물신숭배는 자신과 접촉하는 물질을 하나의 개체로 인정하며 그것의 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또한 물신숭배는 그들이 좋아하는 대상에 과도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하며 쾌락을 얻지만, 세 여성은 비단을 가지고 공상에 빠지지는 않는다.

비단과 접촉한 여자 환자들은 수동적인 위치에 있다. 그들의 인격은 비전이 결여되고, 욕망이 결여된 채, 외부 세계에 대해 닫혀 있다. 상대의 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향락(ouissance)은 단지 생식 기관에 국한되고, 그것 자체만의 흥분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무성(asexsuee)적 향락이라고 말할 수 있다.”(94)

 

클레람보는 남성에게는 사디즘이, 여성에게는 마조히즘이 더 빈번히 일어난다고 주장하면서 여성 체질에 잘 적용된 도착증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도착의 기원이 되는 성적 불균형의 존재, 비논리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성적 불균형의 공존.

성적 불균형은 그것 자체가 여러 증후군(강박증, 공포증 등)의 원천이 된다.

크래프트 에빙이 발표한 관찰들을 살핀 후 클레람보는 다음과 같이 적는다.

이 모든 관찰을 통해 우리는 여성에게서처럼 남성에게서도 말초신경적 접촉이 미묘한 민감성을 획득할 수 있고, 일반적인 의미의 민감성뿐만 아니라 성기의 민감성에도 중요한 반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 그 민감성이 지속적이고, 지배적인, 그리고 확고해진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세 여인에게서 보았던 전형적인 도착은 특별히 여성적인 기질에 어울리는 것 같다.

(...) 남자들이 거의 모든 사례에서 모피를 편애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과, 단 한 사례에서만 비단이 관계된다는 것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 그러므로 남자들은 그의 즐김의 대상으로 오히려 약간 미지근하고 부수적으로 물렁물렁한 저항적인 감각을 좋아하는 것 같다(크래프트 에빙의 상세한 관찰은 이것을 보여준다).

반면에 여성들은 비단의 세밀하고 신선한 느낌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우리는 모피 위에 우리의 손을 대고 더듬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비단이 우리 손등을 타고 미끄러져 내리는 것도 원한다. 모피는 볼록한 모피의 윗부분을 적극적으로 쓰다듬어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비단은 특히 수동적으로 느끼는 피부에 획일적인 감미로움으로 스친다. (...) 아마도 비단은 여성의 관능적 쾌락에 가장 적합할 것이다.

(...)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모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데, 그것은 남자들은 모피를 만지면서 여자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들은 비단을 만지면서 만지는 것만을 생각한다. (...) 그것[앞선 세 여성의 사례]들은 상대방의 성을 향한 방향 잡기가 부재하고, 거의 직접적인 접촉의 필요, 심적인 복잡성의 부재 등에서 무성화된 물신숭배와는 다르다. 그 사례들은 여러 가지 특성들 때문에 완전한 남성적 물신숭배와는 다르다. 그 특성들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 물신 속의 인격의 부재이다.”(119-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