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3-24.


23일

 서울-맥도날드 용인신갈DT점-엽돈재-청주 조도령삼계탕(점심식사)-피반령-대청댐 가는 길(571번 지방도)-빼재-지안재-오도재-지리산 뱀사골힐링야영장

24일

 지리산 뱀사골힐링야영장-노고단-정령치-섬진강길(하동 섬진교 건너서 상행)-서울 복귀



  다음주에 떠날 제주도&남해안 투어를 가기 전에 모토캠핑 박투어를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캠핑도 한 번 안 해보고 캠핑으로 장기투어를 가버리면 어리버리대다가 이것저것 빠뜨리고, 잘 준비된 여행을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9월 정기투어 이후에 혼자 지리산에 박투어를 하러 가기로 마음먹고 장비를 마련했다. 급히 산 사이드백과 리어백에 1인 캠핑장비 세트를 대충 실어보았다. 나름 R차이고 싶은 CBR250R에 짐 싣기가 여간..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다 되긴 되더라.


1인 캠핑장비로 준비한 것들은 1인용 텐트, 자충매트, 감성매트, 스토브, 코펠, 10m 릴선, 오토바이용 후크, 랜턴, 오리털 조끼와 경량 패딩 정도다. 전자장비를 그렇게 많이 쓰지는 않을 것 같고, 오토바이 시거잭으로 대충 충전하면 될 것 같아서 릴선은 가져가지 않았다. 어차피 전기 사용이 가능한 (그리고 상대적으로 비싼) 사설캠핑장에서 잘 것도 아니니까..


리어백에 가장 묵직한 텐트를 넣고, 그 옆에 감성매트를 우겨넣었다. 오른편에는 오토바이용 후크를 이용해 자충매트(두 번째로 무거운 짐이었다)를 고정했다. 무거운 짐은 양 옆의 사이드백에 스토브와 코펠, 랜턴, 오리털 조끼, 경량 패딩을 꾸역꾸역 쑤셔넣고 나니 가방이 가득 찼다... 1박이니까 그냥 안 씻고 옷 안 갈아 입는 걸로...^^^.. 




음....꽤나...



자화자찬 뿌듯해하면서 일찍 잤다. 헷


  다음날 오전 7시에 정문에서 사람들과 만났다. 정문 출발 팀은 바이크 5대로, 탠덤 한 명을 포함한 여섯 명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내려가는 길에 맥도날드 용인신갈DT점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점심 먹을 삼계탕집은 11시에 연다고 해서, 시간도 여유로워 엽돈재를 경유해서 내려갔다. 엽돈재 길은 좋았는데, 날씨가 너무 더웠고 배도 고파서 도착하자마자 대충 단체사진 찍고 밍기적거리다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ㅋㅋㅋㅋ 여러분...코너 좀 타러 갑시다..



  점심 식사는 청주 조도령삼계탕. 이것저것 검색하면서 찾아낸 식당이다. 시내에 유명한 삼계탕집(여긴 주차장이 없다)이 있는데 거기 주인아주머니의 아들인가 딸인가가 운영하는 가게다. 식당의 주차장은 자갈이었는데....자갈의 무서움을 이때 처음 알았다.. ^_ㅠ 



  들깨삼계탕, 국물에서 고소한 우유 맛이 났다. 파랑 마늘을 듬뿍 넣어서 먹으면 국물 맛이 더 좋아진다. 김치도 굉장히 맛있었다. 그냥 하얗고 묽은 삼계탕만 먹다가 이걸 먹으니 다른 음식인 줄..식당은 잘 잡았던 듯! 밥을 먹고 나서는 서울 복귀하는 사람들을 빼고 피반령과 대청댐을 들르기로 했다. 피반령 아래에는 염티재와 수리티재도 있어서 많이들 가는 것 같던데, 이 두 코스보다는 피반령이 훨씬 낫다고 한다. 



  피반령에서 찍은 사진. 날씨가 조금 흐려서 아쉬웠다. 길은 크게 어려운 느낌 없이, 가볍고 즐겁게 경치 즐기며 타기 좋은 느낌이었다. 피반령을 지나서는 대청댐 방향의 571번 지방도를 탔는데, 풍경이 끝내 주는 도로였다. 나중에 한 번 다시 가볼 계획이다. 여기까지 내려왔을 때 이미 2시가 되어가는 시간이어서, 지리산에 가서 텐트를 칠 생각이라면 더 늦기 전에 지리산으로 출발해야 했다. 깜깜해진 다음에 텐트 치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누가 앞에 갈 건지 정하는 중인 듯?


  사실 이미 청주까지 내려온 상태라 그냥 얌전히 서울로 복귀할까..하는 마음도 들었는데, 짐도 다 싸와서는 도로 서울로 가면 뭔가 후회할 것 같았다. 칼을 뽑았으면 뭐라도 베야지! 하는 마음으로 지리산을 향해 출발했다. 내려가는 코스는 빼재터널 윗길을 지나 지안재-오도재를 경유하는 코스였다. 아래 지도는 아마 금산에서 출발하면서 네비를 캡쳐해 놓은 사진인 듯하다. 네비에서 빼재를 검색하면 직진 터널길로 안내하니, 터널 입구에서 좌측 언덕으로 올라가면 와인딩 코스가 시작된다.   빼재터널 윗길로 가면 아래 우측 사진과 같은 코스가 나온다. 길도 재미있고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아서 짧은 와인딩 코스로 괜찮은 듯하다. 



빼재터널 윗길에서 사진도 한 장!


가는 길에 이렇게 혼자 사진도 찍어보고..


오도재에서 한 장. 지안재를 지나면 바로 오도재가 나온다. 낑낑대며 올라오느라 지안재 사진은 없다.


오도재에서 맞이하는 일몰


  해가 거의 다 떨어지고 나서야 지리산 뱀사골힐링야영장에 도착했다. 여기에는 오토캠핑이 가능한 자동차야영장과 일반 야영장(뱀사골힐링야영장) 두 개가 가까이에 붙어 있다. 나는 어차피 오도방이니까 주차공간도 필요 없고 해서 힐링야영장으로 예약했다. 예약은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1인용 텐트. 정말 작다.


라이트를 조명으로..


늦은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1인용 코펠에 둘이서 라면과 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너무 힘들었다. 1인용 물건은 정말 1인용으로 쓰는 게 좋다..^^^ 암튼 저녁을 먹고 나서, 같이 지리산으로 내려온 멤버는 남원 쪽 숙소로 떠났다. 캠핑은 나 혼자! 



  별이..정말 많았다. 별이 참 밝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느꼈던 순간. 맥주를 혼자 홀짝이면서 별이 무수히 빛나는 밤하늘을 감성 터지게 하염없이 바라보다 잤다.


아침 일찍 텐트를 걷고 짐을 다 실은 뒤에 한 장.


야영장 입구.


  야영장을 떠나서 노고단과 정령치를 향했다. 이 두 코스는 야영지에서 남서쪽 가까이에 위치해 있는데, 둘 다 타는 맛이 있는 유명한 와인딩 코스라고 한다. 하지만 노고단은 등산코스기 때문에 오도방을 타고 한 군데만 간다면 정령치를 강력히 추천한다. 정령치 남쪽방향 다운힐은 무서울 정도.. 다운힐 헤어핀 잘 돌고 싶슙니다...늅늅..ㅜㅜㅜ 아무튼, 거리가 가까우니 안 들르면 섭한 곳이다. 



정령치 다운힐. 헤어핀이 계속 나온다.


  정령치도 무사히 내려온 뒤에는 섬진강길로 향했다. 노고단에서 만난 라이더들에게 추천받은 길인데, 강을 낀 양쪽 길이 워낙 예뻐서 기왕 내려왔으니 구경하고 가라신다. 날씨가 좋아서 신이 난 김에 조금 더 내려가보는 걸로.


↑(바람소리 주의) 섬진강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램마운트에 올려둔 폰으로 짧은 구간 동영상을 찍었다. 날씨도 엄청 좋았네. 기회 되면 또 가야겠다. :)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 장.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다. 자전거로 전국일주 하시는 분들 넘나 존경스러운 것...


  섬진강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평사리를 지나게 되는데,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애증의 소설 『토지』의 배경인 하동 평사리 되시겠다. 최참판댁(테마파크 겸 드라마 촬영장)이 있으니 관심 있으면 들러보는 것도 좋다. 논문에 쓸 수 있을까 싶어 낑낑대며 21권을 다 읽었는데...결국 못 썼다. 나름 재미있게 읽었으니 된 걸로..






  섬진강길을 지난 다음에는 곧장 서울로 향했다. 사이에 한 번 쉬고 열심히 올라왔더니 6시간이 걸렸다. 캠핑하며 먹었던 라면 맛이 떠나질 않아 저녁으로 또 라면을 끓여 먹어 보았으나 지리산에서 먹었던 그 맛은 나질 않았다. 역시 캠핑하며 먹는 라면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첫 모토캠핑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D 앞으로 주말에 훌쩍훌쩍 자주 다녀야겠다. 한국 곳곳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장소들이 있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 지리산만 해도 여러 장소가 있고, 그 위의 덕유산을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국립공원들, 산들, 치, 재, 고갯길들..다 가볼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차곡차곡 기억 속에 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