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euze's Difference and Repetition: A Reader's Guide by Joe Hughes


총 3장으로 이루어졌으며 1장과 2장은 일종의 개관, 3장은 『차이와 반복』 텍스트를 함께 읽어나가며 해석한다.


*옮긴이의 말/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 이 책은 강도, 종합, 잠재성, 재현이라는 네 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들뢰즈의 철학을 재정의하고 관계를 살핀다. 조 휴즈가 보는 『차이와 반복』은 "재현에 대한 비판이자 재현의 발생에 대한 설명"이다.  『의미의 논리』에서 들뢰즈는 죽은 재현과 살아 있는 재현을 구분한다. 죽은 재현은 "재현의 생산 조건에서 잘려 나온, 따라서 더 이상 그들이 발생하게 된 잠재적인 삶에 참여하지 못하는 재현"이며 살아 있는 재현은 『차이와 반복』에서 언급된 '타자-구조'(Other-structure)를 통해 자신의 발생의 조건과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살아 있는 재현은 그들의 존재 조건인 생기적 생성과 더불어 끊임없이 변화한다." 16


1장 칸트, 후설을 만나다

 재현: 질과 연장

  『차이와 반복』 첫 장의 표제인 '재현에 대한 비판'에서 '재현'은 무엇이고 '비판'은 무엇인가? 들뢰즈의 '재현'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공통적으로는 '대상'을 지시한다. 그렇다면 들뢰즈에게 있어 '대상'은 또 무엇인가? "대상은 질(quality)을 소유하며, 공간적 연장(extension)[각주:1]을 차지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이어져 오는 대상에 대한 설명과 동일하다. "일반적인 대상은 질과 연장이 교차하는 지점에서의 재현이며, 반대로 '재현'은 질과 연장이라는 두 가지 '요소들'로 구성된다. 이러한 재현의 두 가지 요소는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에서 사용하는 재현 개념의 모든 다른 형태들의 근간이 되는 바, 이들이 바로 '동일성'의 토대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대상은 이후 '개념'으로 포괄되는데, 이것이 바로 의식의 '앎'의 대상이며, 판단의 대상이다." 22-3

  '비판'은 '어떤 것도 그것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의미에서 '총체적'인 동시에 어떤 하나를 제한하고 약화시키는 만큼 다른 하나를 드러내고 개방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다. 재현은 비판받고, 이를 통해 비재현적인 사유non-representational의 차원(차이를 반복하는 '잠복해 있는 주체')을 개방시킨다. 들뢰즈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비판 대상의 발생을 논증한다. 비판을 통해 드러나는 차원과 또 그 대상이 비판받으며 약화된 차원의 발생을 모두 설명해야지만이 '비판은 급진적이고 논증적이다.' "재현에 대한 비판으로서 『차이와 반복』이 행하는 바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차이와 반복』은 재현을 넘어서고자 하며, 둘째, 새로운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차이를 반복하는 '잠복해 있는 주체)하고, 셋째, 차이와 반복 모두가 생산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자 한다. 『차이와 반복』은 재현의 소멸에 대한 찬양이며 동시에 재현의 발생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다." 24.


 칸트의 두 비판서

  『차이와 반복』은 들뢰즈가 칸트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알지 못하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비판 테마는 칸트의 비판철학을 떠올리게 하는데, 실제로 『차이와 반복』의 형식적 구조는 칸트의 『판단력비판』의 관점을 통한 『순수이성비판』에 근거한다. 칸트의 『판단력비판』은 "종합과 도식론이라는 두 개읜 운동"과 관련되며 "종합은 정신이 감성에서 오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뜻하며, '오성의 도식론'은 그와 반대되는 움직임, 즉 오성에서 다시 감성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 첫 번째 모험에서 종합과 도식론은 숭고와 맞닿게 된다. 즉 그들은 한계에 직면하지만, 그들의 기원과도 마주치게 된다. 두 번째 모험에서, 종합과 도식론은 이미 주어진 두 개의 정적인 능력들, 즉 감성과 오성 사이를 더 이상 오가지 않는다." 26-7 감성과 오성 각가의 종합은 한계에 직면하고, 이 한계가 인식능력과 연결된다. 이런 연쇄작용은 처음부터 존재한다고 여겨지던 감성과 오성을 제거해 버리고 각각의 (인식)능력을 만들어내는 초월론적 발생만이 남겨진다.


 발생적 현상학

  들뢰즈가 이 책을 쓴 당시의 20세기 프랑스의 사유는 아주 복잡하여 후설, 하이데거, 헤겔, 마르크스 등이 뒤섞여 있었다. 특히 '발생'이라는 주제를 탐구한 후설은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이 후설의 후기 저작과 동일시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다. 후설은 (특히 『경험과 판단』에서) 논리의 토대로 거슬러 올라가 '논리의 계보학'을 밝히는 작업을 수행한다. 판단은 항상 무언가에 관한 판단이므로, 이 판단의 전제(또는 기체, substrate)는 무엇인지를 사유하고 이는 다시 사유자를 판단의 대상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본래적인 기체들은 (…) 개체들, 개체적 대상들이며, 모든 판단은 궁극적으로 개체적 대상들을 환기한다."29 후설은 자신의 이 새로운 현상학을 '발생적 현상학'이라 불렀다. 그러나 리쾨르는 후설의 발생적 현상학이 "경험주의로의 전환이자 후설의 이상주의에 대한 거부"로 읽었다.


 초월론적 경험론

  후설은 정적 현상학을 발생적 현상학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이 전환은 '형상적eidetic[본질적]' 자각을 동반하게 된다. 예를 들면 특정한 붉은 것의 가변요소를 제거하여 붉은 것의 일반적 개념(불변요소)을 불러오는 것이다. 이 본질적 자각으로부터 우리는 우리의 주관적 인식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불변요소를 바라보는 의식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의식'은 "세계의 기원이자 원천인 한에서 '초월론적'이라고 불릴 수 있다는 간단한 이유로 이 환원은 '초월론적 환원'이라 명명된다. (...) 즉, 현상학은 '초월론적 경험론'이다."(31) 결국 현상학은 의식의 경험에서 시작하지만 의식의 외부(베르그송의 '비개인적 지각', 사르트르의 '비개인적인 초월론적 장') 역시 드러낸다. 의식을 대상으로서 의식하게 되면, '의식의 대상인 의식'은 이 '대상을 의식하는 의식'의 외부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이런 사유 체계에 기반을 둔 채로 더 나아간다. 들뢰즈는 감각을 통해서만 포착 가능한 것들이 있으며 이것들이 '감성의 능력을 끌어올려 감성의 초월적 실행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이는 인식능력을 일깨우지만, 숭고로부터 탄생하는 이 능력은 이내 자신을 일깨운 폭력을 상상력으로 전달하고, 상상력 또한 무력한 것으로 판명되고 나면 이 능력은 경험을 기억으로, 그리고 기억을 사유로 전달한다."(35)


2장 주제들의 개관

 세계를 재현하기: 타자­­─구조

  "들뢰즈에게 재현이란 대상이 지니는 두 가지 변별적인 자질인 질과 연장의 관점에서 대상을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배치가 지각의 개체적 대상을 특징짓는다."(37) 그러나 이와 같은 (자족적이고 독립된) 개체적 대상을 상정하는 것은 추상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정리 중...)

  1. 공간적 연장을 '외연'이라고 하기도 한다. [본문으로]